개인적으로 오마이뉴스를 싫어하지만 간만에 제대로 된 기사가 보여서 살짝 가져와봅니다.

by Celes posted Jan 0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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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조선일보> 아니면 못 보는 이유


< 조선일보 > 를 15년이 넘게 구독하신 아버지의 말씀은 점점 더 그 신문이 주장하는 내용을 닮아 가신다. 그래서 과감하게 아버지가 현재 보시는 신문과 반대편 논조를 가진 시사 주간지 정기구독을 신청했던 것이다. 한쪽 의견만 읽지 마시고 반대 의견도 읽어 보신 후 종합적으로 판단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중략)

약 한 달이 흐른 후 갈 일이 생겨 서울 부모님 댁으로 갔다. 그랬더니 그동안 배달된 시사 주간지 4주분 중 두 개나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쌓여 있었다.
"아빠!!!! 이게 뭐야!!!! 내가 읽어 보랬잖아!!! 껍질도 안 뜯었어? 너무 해!!!"
"야! 이거 봐라. 두 개는 뜯어서 봤다."
"근데, 두 개는 왜 포장도 안 뜯었어?"
"이게 보이냐? 이만한 글씨를 늙은이가 어떻게 봐. 눈 밝은 젊은 애들이나 보이지. 글씨가 너무 작아서 못 봐! 보고 싶어도 못 보는 걸 어떡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태클이 들어왔다! 아버지께 어떤 시사 주간지를 보내드릴까 고민하며 < 시사인 > , < 한겨레21 > , < 주간경향 > 등을 꼼꼼히 훑어보았을 때, 내용만 생각했지 글씨 크기 따위는 고려해 볼 생각조차 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 조선일보 > 는 어떻게 봐?"
"그건 글씨가 커. 얼마 전에 글씨를 더 키운 거 같아."

(중략)

당장 < 조선일보 > 와 내가 보내드린 < 시사인 > 을 펼쳐 글씨 크기를 비교해 보았다. 확연히 글씨 크기에 차이가 있었다. 글씨 크기가 다르다는 사실을 이날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두 매체의 글씨가 다 보이기에 나는 편하게 읽은 후 기사의 품질을 평가해 왔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보수와 진보의 의견을 모두 읽고 기사의 품질을 평가하고 싶더라도, 글씨 크기라는 또 다른 장벽을 넘지 못해 아예 포기하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중략)

< 조선일보 > 가 글씨 크기를 키웠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본문 활자를 9.8포인트에서 10.2포인트로 키우고, 자간 등을 미세하게 조정해서 정보량이 거의 줄지 않도록 했다는 기사를 찾았다. 물론 이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독자 대부분이 어르신들이니 이 신문은 어르신들이 볼 수 있도록 이렇게 신경을 쓰는 것이 당연할 것이라고. 그에 비해 진보 매체는 주 독자층이 젊은이들이니 글씨 크기 따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글씨 크기를 크게 하고 읽기 편하게 하면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지만, 즉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 볼 수 있지만, 글씨 크기를 작게 하면 현재 젊음이라는 특권을 지닌 이들만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젊은이들도 시간이 흘러가면 늙어갈 것이고, 진보 매체의 작은 글씨를 더 이상 읽을 수 없는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게 이런 거군요. (물론 조선일보가 명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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