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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5 23:36
기억하라, 기억하라, 11월의 5일을 (Remember, remember, the 5th of November)
안녕하세요, Gomdolius입니다.
정말로 어지러운 시기입니다. 사회는 날이 갈수록 분열되고, 국가는 표류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원래는 사회의 불평등 쪽에 중점을 두고 싶었으나 이 정도로 국가가 방향성을 상실한 적은 처음 보는지라 변침하여 제 나름대로 짧은 생각을 기록해 둡니다. 현명한 분들의 명문 옆에 저의 초라한 글을 나란히 놓으니 그 졸렬함이 부각되는 점은 마음이 아픕니다만, 착잡한 마음에 차마 글을 거두지는 못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점들은 자명한 진리입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분리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창조주로부터 부여받았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습니다. 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사람들은 정부를 조직하였고, 이러한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피치자인 인민의 동의로부터 유래하는 것으로서, 어떠한 형태의 정부든지 이러한 목적을 해하는 경우, 인민은 이러한 원칙 아래 그 정부를 변경하거나 폐기하고 그들의 안전과 행복을 가장 잘 보장할 수 있는 형태로 그 권력을 형성하여 새로운 정부를 세울 권리를 가집니다. ("We hold these truths to be self-evident,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that they are endowed by their Creator with certain unalienable Rights, that among these are Life, Liberty and the pursuit of Happiness. ㅡ That to secure these rights, Governments are instituted among Men, deriving their just powers from the consent of the governed, ㅡ That whenever any Form of Government becomes destructive of these ends, it is the Right of the People to alter or to abolish it, and to institute new Government, laying its foundation on such principles and organizing its powers in such form, as to them shall seem most likely to effect their Safety and Happiness." [1776. 7. 4. 미국 독립선언서])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우리 대한민국의 헌법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라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의 기본요소인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사법권의 독립'과 민주주의원리의 기본요소인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헌법재판소 2004. 5. 14. 2004헌나1]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에서 국가권력은 과연 이러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잘 지키는 방향으로 행사되고 있을까요. 국민이 국가권력의 행사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할 때, 그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국가권력 행사의 '방법'이고, 또 하나는 '방향'입니다. 국가권력이 정당하려면 양쪽 모두가 정당하여야 함은 자명합니다.
그러니 먼저 국가권력의 행사방법을 돌아봅시다. 지난 몇 년간 권력의 행사방법은 매우 비인간적이었으며, 잔인하고, 불평등하고, 불의하였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행정부는 사인의 간첩혐의를 조작하는 중죄를 저지르면서, 그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 그것도 피의자 본인도 아니고 아무런 혐의 없는 피의자의 가족을, 영장 없이 감금하며 국내법과 국제법에 모두 위반하여 고문을 가하는가 하면[2013. 12. 20. 한겨레, '전기고문실의 공포, 아직도 치가 떨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16417.html], 시위진압현장에서 위법하게 물포를 발사하여("물포발사행위는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하여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는 집회나 시위에 대하여 구체적인 해산사유를 고지하고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므로", "물포발사행위가 그러한 법령상의 한계를 위반하면 위법함이 분명" [헌법재판소 2014. 6. 26. 2011헌마815])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는 뻔뻔하게 인과관계를 부정하여 책임을 면하려는 시도나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는 거의 매일같이 언론에서 잘못된 국가권력의 행사사례를 보아 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국가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책임자가 색출되고 응당한 책임이 추궁되었는가 생각하면 그것도 결코 아니어서, 결국 이를 저지할 사법부 또한 제 할일을 다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더 나아가 국민의 민의를 대변해야 할 입법부는 그 동안 행정부에 사실상 종속되어 그 노예나 시녀 노릇을 하며, 결코 흔들려서는 안될 헌법이 규정한 영장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하여 법관의 통제를 받지 않고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국민을 감청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하는 추태마저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렇듯 국가권력의 행사방법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으면 그 행사방향이라도 정상적이어야 하는데, 알고 보니 행정부의 수반이 국정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일개 사인에게 국정을 완전히 맡기고, 국가의 군사 및 외교 등에 대한 기밀을 누설하고, 수뢰 및 횡령 등 비리에 직접적 · 적극적으로 가담하였으며, 헌법을 수호할 의무를 저버리고 국가의 모든 법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헌법을 위반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모멸하고, 국정을 스스로 마비시키는 등, 그 방향조차도 완전히 통제를 잃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결국 국민이 모르는 사이에 국가 전체가 방향성을 잃고 이리저리 표류하고 있었던 것에서 충격을 금할 수 없습니다. 사실, 이런 정도의 심각한 죄상이라면 거의 내란이나 외환에 준하는 정도의 죄가 형법전에 규정되어 있지 않을까 한번쯤 생각해볼만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것은 사실 없습니다. 1953년 9월 18일 형법 제정 당시 대한민국이 이와 같이 신정일치 고대국가보다도 못하게 운영될 가능성에 대한 고려는 불가능하였고, 체계를 새로이 잡아가는 국가에 대하여 차마 그런 참혹한 사태를 상상하는 것조차도 있을 수 없었기에, 이 상황에 걸맞지 않는 죄들만을 논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헌법전을 들여다보면, 헌법은 제1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다시 제2항에서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누구든지, 얼마나 실제로 권력이 강하든지, 어떤 지위에 있든지, 법 앞에 복종하고 이를 수호할 의무를 가지게 됩니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입장에 따르면 헌법 제65조는 "대통령도 탄핵대상 공무원에 포함시킴으로써, 비록 국민에 의하여 선출되어 직접적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헌법질서의 수호를 위해서는 파면될 수 있으며, 파면결정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상당한 정치적 혼란조차도 국가공동체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치러야 하는 민주주의 비용으로 간주하는 결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고, 이러한 취지는 "누구든지 법 아래에 있고, 아무리 강한 국가권력의 소유자라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법의 지배 내지 법치국가원리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헌법재판소 2004. 5. 14. 2004헌나1]
이 글에서 여러 번 인용되고 있는 2004헌나1은 여러분들도 이미 잘 아실 노무현대통령 탄핵소추심판사건입니다. 사실, 법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새로운 탄핵소추심판의 인용결정이 나와서 2004헌나1의 법리가 더욱 구체적으로 보강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탄핵소추가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이 결정문에서 대통령이 그 직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와 '유지할 수 없는', 또는 '유지해서는 안되는' 경우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는 점에 대해서 주목하고 싶습니다. 즉 대통령이 1)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로서 법치국가원리와 민주국가원리를 구성하는 기본원칙에 대한 적극적이고 중대한 위법을 저질러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경우나, 2)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위 외에도 예컨대 뇌물수수, 부정부패, 국가의 이익을 명백히 해하는 행위로써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대통령의 직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 2004. 5. 14. 2004헌나1] 장기간에 걸쳐 권한의 남용과 기본권의 박탈이 이어지고, 결국 그 목적이 한결같이 법을 무시한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인 권력행사로 귀결된다면, 이러한 정부를 철폐하고 미래의 안보를 위하여 새로운 보초를 세우는 것은 인민의 권리이자 동시에 의무("it is their right, it is their duty, to throw off such Government, and to provide new Guards for their future security" [1776. 7. 4. 미국 독립선언서])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가 추구할 방향은 비록 그 세부에 있어서는 다소간의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결국 일치할 것입니다. 물론 이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되어 갈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저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한결같이 강조해 온 것처럼, 사람의 힘으로 정의는 승리할 것입니다.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저로서도 이러한 거악 앞에 과연 승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잠시나마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승리를 바라며 정의를 세우기 위해 우리의 힘을 다하는 것 이외에 또 어떤 선택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정의가 무너진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미래 또한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정의가 승리하여야 합니다.
비록 수사기관이 지금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지만, 끝없는 정쟁에 진실이 묻히는 것 같지만,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의 이면이 교묘한 면피로 점철되어 있지만, 그리고 경찰이 17,000명이라는 비상식적인 인력을 배치하여 정당한 인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법에 의하여 침묵을 강요할' 핑계를 찾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길' 것입니다. 우리는 끝까지 갈 것입니다. 점점 확고해지는 신념과 힘으로, 어떠한 대가를 치르고라도 우리 스스로를 지켜낼 것이며, 들판에서, 거리에서, 언덕에서 싸우며, 결코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 [1940. 6. 4. 윈스턴 처칠의 "We shall fight on the beaches" 중 일부 인용]
이러한 굳은 신념을 가지고, 부디 자유, 평등, 정의의 가치를 지지해 주십시오. 헌법을 존중하고, 정당한 인민의 권리를 행사하려는 모든 시도를 지지해 주십시오. 그럼으로써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모든 이를 지켜 주십시오. 정의가 하늘에서 빗발치게, 강물처럼 구석구석 흐르게, 온 땅에 널리 퍼지게 해 주십시오. 집회에 나가셔도 좋지만, 그럴 수 없다면 많은 글을 써 주시고, 많은 이야기를 퍼뜨려 주십시오. 여러분 주변의 사랑하는 분들께 이러한 옳은 가치를 전파해 주시고, 공감을 얻어 주십시오. 수많은 사람이 간절히 정의를 바라고, 자신이 바라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면, 결국 그 자체가 힘을 다해 싸우는 것입니다. 자유, 평등, 정의의 이름으로, 우리는 마지막까지 함께할 것이고, 함께 승리할 것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로 어지러운 시기입니다. 사회는 날이 갈수록 분열되고, 국가는 표류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원래는 사회의 불평등 쪽에 중점을 두고 싶었으나 이 정도로 국가가 방향성을 상실한 적은 처음 보는지라 변침하여 제 나름대로 짧은 생각을 기록해 둡니다. 현명한 분들의 명문 옆에 저의 초라한 글을 나란히 놓으니 그 졸렬함이 부각되는 점은 마음이 아픕니다만, 착잡한 마음에 차마 글을 거두지는 못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점들은 자명한 진리입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분리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창조주로부터 부여받았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습니다. 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사람들은 정부를 조직하였고, 이러한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피치자인 인민의 동의로부터 유래하는 것으로서, 어떠한 형태의 정부든지 이러한 목적을 해하는 경우, 인민은 이러한 원칙 아래 그 정부를 변경하거나 폐기하고 그들의 안전과 행복을 가장 잘 보장할 수 있는 형태로 그 권력을 형성하여 새로운 정부를 세울 권리를 가집니다. ("We hold these truths to be self-evident,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that they are endowed by their Creator with certain unalienable Rights, that among these are Life, Liberty and the pursuit of Happiness. ㅡ That to secure these rights, Governments are instituted among Men, deriving their just powers from the consent of the governed, ㅡ That whenever any Form of Government becomes destructive of these ends, it is the Right of the People to alter or to abolish it, and to institute new Government, laying its foundation on such principles and organizing its powers in such form, as to them shall seem most likely to effect their Safety and Happiness." [1776. 7. 4. 미국 독립선언서])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우리 대한민국의 헌법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라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의 기본요소인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사법권의 독립'과 민주주의원리의 기본요소인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헌법재판소 2004. 5. 14. 2004헌나1]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에서 국가권력은 과연 이러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잘 지키는 방향으로 행사되고 있을까요. 국민이 국가권력의 행사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할 때, 그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국가권력 행사의 '방법'이고, 또 하나는 '방향'입니다. 국가권력이 정당하려면 양쪽 모두가 정당하여야 함은 자명합니다.
그러니 먼저 국가권력의 행사방법을 돌아봅시다. 지난 몇 년간 권력의 행사방법은 매우 비인간적이었으며, 잔인하고, 불평등하고, 불의하였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행정부는 사인의 간첩혐의를 조작하는 중죄를 저지르면서, 그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 그것도 피의자 본인도 아니고 아무런 혐의 없는 피의자의 가족을, 영장 없이 감금하며 국내법과 국제법에 모두 위반하여 고문을 가하는가 하면[2013. 12. 20. 한겨레, '전기고문실의 공포, 아직도 치가 떨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16417.html], 시위진압현장에서 위법하게 물포를 발사하여("물포발사행위는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하여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는 집회나 시위에 대하여 구체적인 해산사유를 고지하고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므로", "물포발사행위가 그러한 법령상의 한계를 위반하면 위법함이 분명" [헌법재판소 2014. 6. 26. 2011헌마815])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는 뻔뻔하게 인과관계를 부정하여 책임을 면하려는 시도나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는 거의 매일같이 언론에서 잘못된 국가권력의 행사사례를 보아 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국가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책임자가 색출되고 응당한 책임이 추궁되었는가 생각하면 그것도 결코 아니어서, 결국 이를 저지할 사법부 또한 제 할일을 다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더 나아가 국민의 민의를 대변해야 할 입법부는 그 동안 행정부에 사실상 종속되어 그 노예나 시녀 노릇을 하며, 결코 흔들려서는 안될 헌법이 규정한 영장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하여 법관의 통제를 받지 않고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국민을 감청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하는 추태마저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렇듯 국가권력의 행사방법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으면 그 행사방향이라도 정상적이어야 하는데, 알고 보니 행정부의 수반이 국정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일개 사인에게 국정을 완전히 맡기고, 국가의 군사 및 외교 등에 대한 기밀을 누설하고, 수뢰 및 횡령 등 비리에 직접적 · 적극적으로 가담하였으며, 헌법을 수호할 의무를 저버리고 국가의 모든 법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헌법을 위반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모멸하고, 국정을 스스로 마비시키는 등, 그 방향조차도 완전히 통제를 잃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결국 국민이 모르는 사이에 국가 전체가 방향성을 잃고 이리저리 표류하고 있었던 것에서 충격을 금할 수 없습니다. 사실, 이런 정도의 심각한 죄상이라면 거의 내란이나 외환에 준하는 정도의 죄가 형법전에 규정되어 있지 않을까 한번쯤 생각해볼만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것은 사실 없습니다. 1953년 9월 18일 형법 제정 당시 대한민국이 이와 같이 신정일치 고대국가보다도 못하게 운영될 가능성에 대한 고려는 불가능하였고, 체계를 새로이 잡아가는 국가에 대하여 차마 그런 참혹한 사태를 상상하는 것조차도 있을 수 없었기에, 이 상황에 걸맞지 않는 죄들만을 논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헌법전을 들여다보면, 헌법은 제1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다시 제2항에서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누구든지, 얼마나 실제로 권력이 강하든지, 어떤 지위에 있든지, 법 앞에 복종하고 이를 수호할 의무를 가지게 됩니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입장에 따르면 헌법 제65조는 "대통령도 탄핵대상 공무원에 포함시킴으로써, 비록 국민에 의하여 선출되어 직접적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헌법질서의 수호를 위해서는 파면될 수 있으며, 파면결정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상당한 정치적 혼란조차도 국가공동체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치러야 하는 민주주의 비용으로 간주하는 결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고, 이러한 취지는 "누구든지 법 아래에 있고, 아무리 강한 국가권력의 소유자라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법의 지배 내지 법치국가원리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헌법재판소 2004. 5. 14. 2004헌나1]
이 글에서 여러 번 인용되고 있는 2004헌나1은 여러분들도 이미 잘 아실 노무현대통령 탄핵소추심판사건입니다. 사실, 법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새로운 탄핵소추심판의 인용결정이 나와서 2004헌나1의 법리가 더욱 구체적으로 보강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탄핵소추가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이 결정문에서 대통령이 그 직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와 '유지할 수 없는', 또는 '유지해서는 안되는' 경우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는 점에 대해서 주목하고 싶습니다. 즉 대통령이 1)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로서 법치국가원리와 민주국가원리를 구성하는 기본원칙에 대한 적극적이고 중대한 위법을 저질러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경우나, 2)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위 외에도 예컨대 뇌물수수, 부정부패, 국가의 이익을 명백히 해하는 행위로써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대통령의 직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 2004. 5. 14. 2004헌나1] 장기간에 걸쳐 권한의 남용과 기본권의 박탈이 이어지고, 결국 그 목적이 한결같이 법을 무시한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인 권력행사로 귀결된다면, 이러한 정부를 철폐하고 미래의 안보를 위하여 새로운 보초를 세우는 것은 인민의 권리이자 동시에 의무("it is their right, it is their duty, to throw off such Government, and to provide new Guards for their future security" [1776. 7. 4. 미국 독립선언서])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가 추구할 방향은 비록 그 세부에 있어서는 다소간의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결국 일치할 것입니다. 물론 이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되어 갈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저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한결같이 강조해 온 것처럼, 사람의 힘으로 정의는 승리할 것입니다.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저로서도 이러한 거악 앞에 과연 승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잠시나마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승리를 바라며 정의를 세우기 위해 우리의 힘을 다하는 것 이외에 또 어떤 선택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정의가 무너진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미래 또한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정의가 승리하여야 합니다.
비록 수사기관이 지금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지만, 끝없는 정쟁에 진실이 묻히는 것 같지만,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의 이면이 교묘한 면피로 점철되어 있지만, 그리고 경찰이 17,000명이라는 비상식적인 인력을 배치하여 정당한 인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법에 의하여 침묵을 강요할' 핑계를 찾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길' 것입니다. 우리는 끝까지 갈 것입니다. 점점 확고해지는 신념과 힘으로, 어떠한 대가를 치르고라도 우리 스스로를 지켜낼 것이며, 들판에서, 거리에서, 언덕에서 싸우며, 결코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 [1940. 6. 4. 윈스턴 처칠의 "We shall fight on the beaches" 중 일부 인용]
이러한 굳은 신념을 가지고, 부디 자유, 평등, 정의의 가치를 지지해 주십시오. 헌법을 존중하고, 정당한 인민의 권리를 행사하려는 모든 시도를 지지해 주십시오. 그럼으로써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모든 이를 지켜 주십시오. 정의가 하늘에서 빗발치게, 강물처럼 구석구석 흐르게, 온 땅에 널리 퍼지게 해 주십시오. 집회에 나가셔도 좋지만, 그럴 수 없다면 많은 글을 써 주시고, 많은 이야기를 퍼뜨려 주십시오. 여러분 주변의 사랑하는 분들께 이러한 옳은 가치를 전파해 주시고, 공감을 얻어 주십시오. 수많은 사람이 간절히 정의를 바라고, 자신이 바라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면, 결국 그 자체가 힘을 다해 싸우는 것입니다. 자유, 평등, 정의의 이름으로, 우리는 마지막까지 함께할 것이고, 함께 승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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